락토바실러스라는 균 이름은 2020년에 무엇이 바뀌었을까
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은 락토바실러스발효물(Lactobacillus Ferment)을 미생물의 일종인 락토바실러스를 발효해 얻은 생성물로 정의합니다. 여기서 락토바실러스는 특정한 균 하나가 아니라 속(屬), 즉 여러 종을 묶은 이름입니다.
그 속의 범위가 2020년에 크게 바뀌었습니다. 여러 나라 미생물 분류학자들이 유전체 전체를 비교한 논문에서, 당시 261종이던 락토바실러스를 25개 속으로 다시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. 새로 생긴 속 이름에는 락티카세이바실러스(Lacticaseibacillus), 락티플란티바실러스(Lactiplantibacillus), 리모실락토바실러스(Limosilactobacillus) 등이 있습니다. 락토바실러스라는 속 이름은 척추동물이나 곤충 같은 숙주에 적응한 일부 종에만 남았습니다. 연구진은 2020년 이전에 이 속에 속했던 균 전체를 가리킬 때는 ’락토바실리’라는 넓은 말을 계속 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.
성분사전의 이 원료명은 옛 속 이름을 그대로 씁니다. 그래서 전성분의 락토바실러스발효물은 지금 기준으로는 다른 속에 들어간 균으로 만든 원료일 수도 있습니다. 예를 들어 아래 로션 시험에 쓰인 네 균주 가운데 지금도 락토바실러스 속에 남은 것은 락토바실러스 헬베티쿠스 하나입니다.
화장품 속 유산균은 살아 있을까
캐나다 보건부의 천연건강제품 성분 데이터베이스는 락토바실러스발효물을 국소용 비의약 원료로 쓸 때 세균이 죽어 있어야 한다고 적고, 피부 컨디셔닝 목적으로 5.6%까지 쓸 수 있게 정해 두었습니다. 제조 방식으로는 배치 발효, 발효, 열처리 사멸이 올라 있습니다.
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연구진의 2021년 총설도 같은 이유를 설명합니다. 화장품은 미생물 수가 낮게 관리돼야 하므로(눈가 제품은 1g당 500 집락, 그 밖의 제품은 1000 집락 미만) 살아 있는 균을 담은 ’진짜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’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. 대신 균을 깨뜨린 용해물이나 발효액, 거른 여과물처럼 균에서 나온 물질을 담을 수 있습니다.
전성분표만 보고 어떤 균주인지 알 수 있을까
같은 총설은 대형 화장품 판매처에 올라온 제품 50개의 전성분을 살펴봤습니다. 미생물 원료를 표시한 제품 가운데 균주 번호까지 적은 곳은 하나도 없었고, 종 이름까지 밝힌 원료는 8%뿐이었습니다. 락토바실러스발효물이라는 표시도 대부분 속 이름에서 멈춥니다.
균주가 다르면 결과도 다릅니다. 강원대학교와 바이오 기업 Shebah Biotech 연구진의 2022년 실험은 건강한 한국인 피부에서 분리한 세 균주를 각각 배양한 뒤 균을 걸러 낸 배양액을 비교했습니다. 활성산소 제거, 멜라닌 억제, 콜라겐 합성 같은 지표마다 세 배양액의 순서가 달랐고, 연구진은 셋 가운데 하나를 가장 쓸 만한 원료로 골랐습니다. 모두 세포와 시험관 실험이었고, 사람 피부에 바른 시험은 없었습니다.
로션 시험의 보습·붉음 결과는 누가 어떻게 쟀을까
중국 바이오 기업 Qingdao Vland Biotech 연구진은 2023년 논문에서 자사 균주 네 가지의 발효 용해물을 섞은 원료를 로션에 3% 넣어 시험했습니다. 균주는 김치와 영아 분변에서 분리한 것이었고, 로션에는 미네랄오일과 세테아릴알코올 같은 보습 바탕 성분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. 성인 52명이 30일 동안 이 로션을 쓴 뒤 경피수분손실과 붉은 기가 처음보다 줄고 피부 수분은 올랐으며, 민감 피부 불편감 설문 점수도 나아졌습니다.
이 시험은 같은 사람의 사용 전후를 비교한 설계라, 원료를 뺀 로션을 쓴 비교군이 없습니다. 오일과 지방알코올이 든 로션을 꾸준히 바르는 것만으로 생기는 보습 효과와 발효 용해물의 몫을 나눌 수 없다는 뜻입니다. 연구비를 이 회사가 냈고 저자 대부분이 이 회사 직원이며, 논문에는 이 원료가 전성분에 어떤 이름으로 표시되는지 적혀 있지 않습니다.
세럼과 크림에 든 락토바실러스발효물은 어떻게 고를까

락토바실러스발효물은 에센스, 세럼, 로션, 크림처럼 물을 바탕으로 한 제품에 주로 들어갑니다. 바른 직후의 촉촉함과 끈적임은 대개 함께 든 글리세린이나 부틸렌글라이콜, 점증제가 정합니다. 발효 원료라는 사실만으로는 제품이 산뜻한지, 건조한 피부에 충분한지 알 수 없으니 실제 사용감으로 판단하세요.

‘살아 있는 유산균’, ‘프로바이오틱’ 같은 문구가 크게 적힌 제품이라면 균이 살아 있다는 근거가 있는지보다, 어떤 균주로 만든 원료인지와 그 제품으로 한 사용 시험이 있는지를 묻는 편이 실제 판단에 쓸모 있습니다. 발효 원료도 붉어짐이나 가려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, 불편함이 이어지면 ’적응 기간’으로 여기지 말고 사용을 멈추세요.
참고한 출처
-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 - 락토바실러스발효물락토바실러스를 발효해 얻은 생성물이라는 정의 확인
- A taxonomic note on the genus Lactobacillus (Int J Syst Evol Microbiol, 2020)261종을 25개 속으로 다시 나눈 분류 개정과 새 속 이름 확인
- Health Canada Natural Health Products Ingredients Database - Lactobacillus Ferment국소용 원료의 균 사멸 조건, 사용 한도, 제조 방식 확인
- Probiotics in Cosmetic and Personal Care Products: Trends and Challenges (Molecules, 2021)화장품 미생물 한도, 살아 있는 균을 담기 어려운 이유, 제품 50개의 균주 표시 조사 확인
- Comparative Insights into the Skin Beneficial Properties of Probiotic Lactobacillus Isolates of Skin Origin (Biomed Res Int, 2022)피부 분리 균주 세 가지의 배양액 비교 결과와 저자 소속 확인
- Effects of a lotion containing probiotic ferment lysate as the main functional ingredient on enhancing skin barrier (Sci Rep, 2023)균주와 분리원, 로션 처방, 52명 30일 전후 비교 설계와 결과, 연구비와 저자 소속 확인
